진정한 건강의 길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by 존 맥두걸>
고등학교시절부터 특별한 이유없이(당시엔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집중이 잘 안되고 만성변비에 피부트러블로 고생하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채식을 접했다. 그 전에 사람들 사이에 효과를 봤다고 소문난 피부과부터 한의원까지 약과 침으로 다양한 치료를 받았지만 당시에만 좀 나아지고는 치료기간이 끝나면 얼마 지나 다시 재발하곤 하는 바람에 나로선 채식이 내 몸을 개선시키는데 큰 대안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 물론 당시 나를 치료 해주셨던 의사 분들이 이미 튀긴 음식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먹으면 안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도 중요하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음식을 절재하고 운동을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치유가 되진 않았으니까. 그 중 아무도 채식을 권하셨던 분은 없었다. 어쨌든 난 채식을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굳은 신념과 의지로 올바른 채식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실천해가면서 지금의 건강한 몸과 깨끗한 피부 상태를 되찾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을 쓴 존 맥두걸 박사도 채식을 하게 된 계기가 나와 비슷했다. 이미 18살에 중풍에 걸린 본인의 몸을 의사들이 제대로 고쳐주지 못하고 근본적인 이유도 알지 못하자 스스로 의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의대에 진학하고 내과 전문의가 될 때까지도 알아내지 못했다. 맥두걸 박사의 원초적인 의문은 하와이 사탕수수농장에서 풀리게 된다. 건강의 가장 큰 척도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에 달려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수많은 과학저널을 찾아볼수록 이 확신은 더욱 확고해졌다.
맥두걸 박사가 이런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된 것은 당시 그 농장에서 일하던 중국과 일본, 한국, 필리핀에서 이주온 1세와 2,3세의 식단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바로 한 끼 식사에서 녹말음식이 70%를 차지하는 아시아 식단과 고기와 유제품이 70%를 차지하는 서양 식단의 차이가 이주 2,3세대보다 1세대가 건강한 원인에 대한 명백한 근거가 된 것이다. 이주 2,3세대는 고단백질 고지방 저탄수화물로 차려진 서양식을 주로 먹었고 이주 1세대는 저단백질 저지방 고탄수화물의 아시아식을 고수했기 때문이었다.
“탄수화물에는 3가지 종류가 있는 데 당, 섬유소, 녹말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 녹말은 우리 인체에게 에너지를 공급하고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이러한 녹말은 콩, 밀, 보리, 옥수수, 쌀과 같은 곡물과 감자, 고구마, 겨울시금치 등의 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제가 바로 ‘녹말음식을 먹어라’이다! 그러면서 박사는 구석기 시대부터 고대 이집트 귀족, 1,800년 전 터키 서부의 검투사들의 주식이 녹말음식이었고 인간의 몸은 원래 녹말을 먹는 것에 최적화됐음을 검증한다.
1977년도 미국 상원이 대대적으로 실시한 ‘영양과 의료문제 특별위원회’의 리포트에서 하버드대 공중보건학부 마크 헉스테드 교수가 미국 내 사망원인의 반을 차지하는 관상동맥질환과 각종 형태의 암과 고혈압, 당뇨병, 각종 만성질환이 모두 음식과 관련있다고 말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맥두걸 박사는 미국에서도 실은 채식을 해야 한다는 충고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음을 알린다.
녹말음식을 먹으면 기존의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바와 반대로 어떻게 살이 찌지 않는다는 걸까?!
첫째, 녹말음식은 포만감을 준다고 한다. 여기서 박사는 우리가 체중 조절할 때 가장 신경쓰는 칼로리에 대해 새로운 이견을 이야기한다. 모든 칼로리가 똑같이 체중을 불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1g에 4칼로리인 치즈와 1g에 4칼로리인 고기, 1g에 9칼로리인 각종기름과 비교할 때 녹말식품은 1그램에 1칼로리에 불과하다. 치즈의 1/4, 기름의 1/9정도의 칼로리만 섭취하고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사는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얘기를 꺼내는데 자신이 아는 한국친구가 한국인들은 고기를 먹은 후에도 마지막으로 밥을 한 공기 먹어야 식사를 끝내는 습관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예전에 내가 그랬었고 현재 내 주변에 채식을 하지 않는 가족이나 지인들을 봤을 때 고깃집에서 갈비를 먹고 꼭 냉면을 시켜먹었던 이유가 그래서인 듯하다.
둘째, 녹말은 양이 아무리 많아도 지방으로 변하지 않는다. 실험을 해보면 단순당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지방으로 전환되는 탄수화물은 아주 약간일 뿐이라고. 따라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전환된다는 경고메시지는 신화에 불과하다고 박사는 말한다. 셋째, 지방은 굶주릴 때를 위해 저장된다. 넷째, 녹말은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여기서 잠깐! 그럼 채식주의자 중에 뚱뚱한 사람들은 어째서일까?! 밭에서 나는 자연 그대로의 음식 대신 식물성기름과 정제된 콩가루로 만든 단백질을 밥상 위에 올려놓기 때문이라고 박사는 말한다. 또한 견과류와 씨앗도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고. 견과류와 씨앗들은 에너지를 거의 지방으로 저장해서 칼로리의 80%가 지방이고 10%만이 탄수화물이라는 것! 곡물이나 콩은 칼로리의 5%~10%만 지방으로 65%~80%는 탄수화물로 저장한다고 한다. 결국 채식을 하더라도 영양에 대해 올바르게 학습하고 제대로 된 식단을 챙겨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물성 식품에는 3가지 독성물질이 있는데 단백질과 지방, 콜레스테롤이다. 채식하는 의사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의 양은 소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국 ‘초과된 단백질은 반드시 사용료를 내야’한다고. 과도한 지방섭취는 체중증가를 낳고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생산하는 우리 몸에 동물성 식품을 통한 대량의 콜레스테롤 섭취는 잉여생산물을 낳아 피부와 힘줄, 동맥 등에 쌓이게 될 뿐이라고 한다.
음식만 바꾸면 의외로 많은 질병들을 예방하거나 많은 질병들을 치료할 수 있다. 우리가 잘못된 것을 몸에 들임으로써 발생하는 염증이나 통증은 인간의 몸에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박사는 말한다. 따라서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올바른 채식으로 우리 몸을 제대로 관리하면 마침내 자연치유가 되는 것이다.
그럼 단백질과 칼슘은 어디서 섭취할까? 바로 식물! 코끼리와 하마, 황소, 기린 등 이 모든 거대한 동물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보면 안다. 전문가들의 결론에 의하면 단백질은 1일 40~60g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식물성 식품에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필수 아미노산이 있다는 증명된 결론에 대해 맥두걸 박사가 2001년부터 자신이 바로잡고자 했던 바를 10년이 지나서야(2011년) 미국심장협회에서 마침내 받아들였던 사실을 책에서 이야기하며 아직도 의료계에서 계속 잘못된 정보를 선택하는 것에 매우 애석해 하며 그래서 우리 스스로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보태고 싶은 기사가 있다.
이 책이 출간된 연도가 2012년인지라 최근 의료계에서 채식에 대해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충이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에 더욱 많은 의사들이 채식에 대한 이로움을 몸소 느끼고 실천하며 환자들의 치료식으로 권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베지닥터’라는 채식의사들의 비영리단체가 2015년 발족하여 현재까지 많은 분들이 채식의 이로움을 현장에서 또는 강연장에서 알리고 계신다. 2018년 4월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하버드의 과학자들이 모든 사람이 채식으로 전환하면 조기 사망의 적어도 1/3이 예방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에 더해 하버드 의학부의 역학 및 영양학 교수인 월터 윌렛 박사는 식물기반 식단의 이로움이 엄청나게 과소평가되었다고 말했다.
2006년 <영국의학저널>은 소에서 나온 우유 및 유제품을 자주 먹는 사람들은 노년에 골다공증 및 엉덩이골절에 걸릴 확률이 월등히 높다고 발표했다. 우유가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려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젖소의 우유는 송아지에게 6달 동안 먹이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 인간에게 맞이 않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생선에 대해서도 박사는 수산업 비즈니스로 바다 생태계가 엄청난 시름에 빠졌으며 길제로 생선 자체가 우리 건강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생선이 심장병 예방에 아무런 효과도 없으며 오히려 더 나쁜 방향으로 가는 음식이란 사실을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결과물들은 수도 없지만 그 중 2006년에서 2010년까지 여러 학술지에서 발표한 내용들 몇 가지를 책에 소개했다. 생선의 통해 섭취하려는 오메가 3의 경우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에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보통 의학계에서 많이들 언급하는,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일관하는 달거나 짠 음식에 대한 견해에 박사는 짠맛과 단맛은 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채식의사들 중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거의 싱겁게 먹으라는 조언을 주로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채식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직접적인 체험으로 봤을 때 정말 짠맛과 단맛 때문에 병에 걸리거나 몸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바다물에서 비롯된 소금의 짠맛과 과일과 사탕수수에서 비롯된 단맛이 인공이 아니라 자연에서 주어진 것임을 상기하면 분명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박사는 소금의 경우엔 심장과 신장이 심하게 손상된 경우가 아니라면 절제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설탕의 경우에는 원당을 권한다.
당시 PCRM(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 자문위원이며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자문의를 역임(현재 클린턴 전 대통령은 비건 채식인)했던 존 맥두걸 박사의 책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은 박사 스스로의 치유과정을 통해 채식이 주는 혜택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당시 의료계와 정부정책, 식품업계의 부조리를 고발하듯 언급하며 진정으로 건강한 삶은 결코 어렵지 않게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서로 쓴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생활 방식’에 대해 올바로 알기를 바라는 박사의 열의가 느껴진다.
원서명:<The Starch Solution> John A. Macdougall,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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