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장 암탉의 슬픔과 희망을 그린 <마당을 나온 암탉>
내가 참 좋아라하는 여배우 문소리가 애니메이션에 목소리로 출연한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된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내가 문소리 배우를 좋아하게 된 건 드라마 ‘태왕사신기 2007’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2007’에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후 문소리 배우가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어도 대부분이 내 개취랑 맞지 않아 안 본게 아니라 못 볼 수 밖에 없던 터라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나로선 반길 수 밖에 없는 소식이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애니 이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2014년 SBS에서 방송한 <매직아이>란 예능에 진행자로 나왔을 때 문 배우를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그러다 작년 초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 조연으로 나왔을 때는 괜히 반가웠다.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문소리 배우는 주인공 ‘잎싹’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그리고 최민식 배우가 ‘나그네’역을, 원작에는 없다는 수달 ‘달수’ 역에 박철민 배우가, 그리고 지금의 여진구 이상으로 인기있던 당시 18살의 유승호 군이 ‘초록’ 역을 맡았다. 이 출연진만 해도 이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여러 번 느꼈던 나로서는 다소 기대반걱정반으로 이 영화를 관람했던 것 같다. 그러나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16세 이하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으로만 고려하면 이미 엄청난 수작인데 기대수준이 다른 어른들이 봐도 웰메이드란 생각이 들어 누구에게나 꼭 보라고 소개하고 싶어진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60년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인 220만 명을 동원한 작품으로, 2011년 국내 255개관에서 개봉되어 상영기간 동안 최다 424개관에서 상영되었고 이후 중국으로 수출되어 1,000여 개의 스크린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이 영화의 원작인 황선미 작가의 동명의 책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 5월에 출간되어 10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베스트셀러다. 이 작품은 문학적 완성도를 갖추었을 뿐 아니라 자연의 섭리 안에서 보편성을 뛰어넘는 모성이라는 교육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어 어린이와 어른을 아우르는 넓은 독자층을 확보했으며, 초등학교 필독도서와 각 시․도의 권장도서로 다수 추천되기도 했다. 이러한 원작에 대한 신뢰가 애니메이션 제작의 밑바탕이 되었다.”
*출처: 세계 애니메이션 백과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나서야 동명인 원작 동화가, 그것도 황선미란 동화작가가 10년 전에 썼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찾아보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내용이 사람들에게 ‘채식’을 하도록 동기부여해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만화영화를 본 일부 어린이들이 한동안 프라이드 치킨 먹기를 거부하는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당시 신문 기사도 있었다.
동화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읽으면 좋겠다 싶었다. 모성과 희생이라는 어른들에게 더 공감되고 호소력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요즘 ‘1일 1닭’이니 ‘오늘은 치킨이 땡긴다’ 등의 자극적인 마케팅 언어로 닭은 그저 우리 인간의 먹거리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어른들이 이 동화를 읽고 나면 ‘닭’의 존재성에 대해 달리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기도 하다!
“미국 에모리대의 로리 마리노 교수는 국제학술지 ‘동물 인지’ 최신호에 “닭의 자기 인식이나 추론 능력은 사람으로 치면 일곱 살 아이에 맞먹는다”고 했다. 마리노 교수는 닭의 인지능력을 밝힌 다양한 논문들을 분석했는데 그 결과 닭은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자의 욕심을 참는 자기 절제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국산 만화영화로 전국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전세계 40여개국에 판매된 역대 흥행작이면서 44회 스페인 시체스 국제 판타스틱영화제 최우수 가족영화상 수상, 제5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 수상 등의 성과에 힘입어 2013년 영어 번역판이 출간된다.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이란 제목으로 세계적 출판 재벌 영국의 펭귄Penguin 출판사에서 전 세계에 출간하여 200만 이상 팔렸다고. 2014년 4월엔 100년 역사의 영국 ‘포일즈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래서였나, 내가 구매한 영문판 표지에 보면 ‘#1 International Bestseller & More Than 2 Million Copies Sold’라고 박혀있다. 영문판을 읽으면서 한국어 표현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잎싹은 양계장 안에 갇혀 살며 품지 못하는 알만 낳는 난종용 암탉으로 자유롭게 살면서 알을 품어보기를 꿈꾼다. 그러던 어느날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게된 잎싹은 양계장 밖으로 죽을 것만 같은 암탉들과 함께 버려진다.
“언제나 알을 품고 싶었지, 꼭 한 번만이라도. 나만의 알, 내가 속삭이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아기. 절대로 너를 혼자 두지 않아. 아가야, 알을 깨렴. 너를 보고 싶어. 무서워하지 마라…”
"I've always wanted to hatch an egg. Just once! One egg just for me. I've wanted to whiper, I won't ever leave you, Baby. Go on, crack the shell, I want to meet you. Don't be scared, Baby!"
잎싹은 외톨이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폐계 웅덩이에서 살아나와, 양계장에서 그리던 ‘마당’으로 들어가지만 마당 식구들은 잎싹을 반기기는커녕 텃세를 부리며 들판으로 내쫓는다. 마당을 나온 잎싹은 자연에 서서히 적응해가던 어느 날 찔레덤불 속에서 아직은 온기가 있는 흰 알을 발견하고는 자기 알이라 여기며 정성스레 품기 시작한다. 그 사이 청둥오리 나그네가 나타나 아무 말없이 날마다 물고기를 물어다준다.
“잎사귀는 꽃의 어머니야. 숨쉬고, 비바람을 견디고, 햇빛을 간직했다가 눈부시게 하얀 꽃을 키워 내지. 아마 잎사귀가 아니면 나무는 못 살 거야. 잎사귀는 정말 훌륭하지.”
"A sprout is the mother of flowers. It breathes, stands firm against rain and wind, keeps the sunlight, and rears blindingly white flowers. If it weren't for sprouts, there'd be no trees. A sprout is vital."
잎싹이 품었던 알은 부화하고 그 아기 새가 자라면서 점점 청둥오리를 닮아가자 ‘초록머리’란 이름을 붙여준다. 하지만 잎싹의 생각대로 안전하게 마당에서 지낼 수 없게 된 두 모자는 저수지에서 조금은 불안하지만 평화로운 날들을 보낸다. 초록머리를 사냥하려던 족재비를 잎싹이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 구해내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초록머리가 자신과 같은 청둥오리 떼에 합류하여 떠날 때가 되자 망설이는 초록머리에게 잎싹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가야지. 네 족속을 따라가서 다른 세상에 뭐가 있는지 봐야 하지 않겠니? 내가 만약 날 수 있따면 절대로 여기에 머물지 않을 거다. 아가, 너를 못 보고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만, 떠나는 게 옳아. 가서 파수꾼이 되렴. 아무도 너만큼 귀가 밝지 못할 거야.”
"You should leave. Don't you think you should follow your kind and see other worlds? If I could fly I would never stay here, I don't know how I could live without you. But you should leave. Go becaome the lookout. Nobody has better hearing than you."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희생하시고 끝까지 함께 하고 싶지만 자식을 위해 떠나보내야 하는 어미의 마음은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아닐까. 이런 부모님의 마음을 이야기를 통해 읽은 어린 아이들이 조금은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혹은 자신이 부모가 되고 나서 읽는다면 더 깊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자녀들이 읽기 전에 부모가 또는 머지 않은 미래에 부모가 될 수 있는 어른이 먼저 읽어야 한다고 이책을 읽은 많은 어른이들이 동감하는 거였다.
채식주의자인 한 외국인이 <The Hen Who Dreamed She Could Fly>를 읽고 자신의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 중에서 일부를 올려본다.
"There are obvious parallels with Animal Farm but it is not political in the same way. This novel is about motherhood, the exploitation of fertility, and the hidden internal world of sentient creatures. Vegans and animal rights activists will find this novel very interesting but it is also an allegorical tale about the human condition and the universal desire to survive and to raise offspring."
<동물농장>과 명백한 유사점이 있지만 같은 방식으로 정치적이지는 않습니다. 이 소설은 모성과 (동물의) 생식력을 이용한 착취, 동물들의 숨겨진 내면 세계에 관한 것입니다. 비건 채식인이나 동물 권리 운동가들은 이 소설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하겠지만 인간의 조건과 생존하고 자손을 키우려는 보편적인 욕망에 대한 우화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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