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나눈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그림동화 실사 영화 <피터 래빗 Peter Rabbit 2018>

Posted by Gloria Ming
2019. 1. 29. 20:59 비건 관련 영화

작년 봄 SNS에서 영화 <피터 래빗 Peter Rabbit 2018>의 광고영상을 보고는 그림으로만 봤던 피터 래빗을 실사 영화로 볼 수 있단 사실에 신이 나서 꼭 챙겨보리라 다짐했었다. 솔직히 난 피터 래빗이 그림 동화인 줄도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창피하지만 고등학교 때까지 부모님이 혹은 학교 권장도서 외에는 거의 책을 안 봤던 탓;;). 내가 일러스트로만 짐작하고 있던 [피터 래빗 이야기]는 시리즈 그림 동화로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님이 그 작가이다.

그림 동화 속 귀여운 말썽꾸러기에서

더 엇나간듯한 피터 래빗

(영어 포스터 부재가 '악동 반역자 토끼'란다;;)


말썽꾸러기 토끼 피터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었던 미스터 맥그리거 씨를 증오하며 여동생들과 친구를 부추겨 일부러 맥그리거 씨의 밭에 들어가 식량을 털어온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 맥그리거 씨가 심장마비로 죽고 나서 그의 조카라는 토마스 맥그리거가 그 집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게 왠 일?! 동물들을 사랑하는 화가 비는 토마스가 자신에게처럼 동물들에게도 친절하다고 여겨 사랑에 빠지고 피터는 자신들을 사랑하는 비를 잃을까 조마조마해하는데...

영화 <피터 래빗> 화면캡처


영화는 내가 광고에서 봤던 것처럼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거나 감동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2/3 정도가 무지막지한 남자 인간들과 토끼들의 전투처럼 여겨지는 느낌이 적지 않다. CNN 기사에서 영국 학부모들이 토끼들이 토마스 맥그리거가 블랙베리 알러지인 걸 알고서 쓰러뜨리려고 일부러 블랙베리로 공격하는 장면은 아이들에게 매우 잔혹하다며 이 영화를 보이콧하기도 했다는데 토마스의 삼촌인 늙은 미스터 맥그리거 씨가 토끼 피터의 아버지를 잡아 먹은 것도 매우 잔인한 일이 아닐까?! 혹자는 궂이 남의 밭에서 먹이를 훔치려는 토끼들도 잘못이 있다고 한다지만 토끼들에겐 우리 인간처럼 내 땅과 공유지란 개념보다 먹이를 찾는 본능이 더 강하다는 걸 영화 속 여자 사람 '비 Bea'가 콕 짚어주고 있다! 그리고 태초에 인간에게만, 몇몇 사람에게만 허락된 땅이란 있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영화, 가상의 이야기라지만 어떤 경우라도 서로 죽일듯이 싸우는 장면을 아이들이 보는 것은 좋지는 않을 것이다. 어릴 적 봤던 크리스마스 가족 영화로 대히트를 쳤던 '나 홀로 집에'란 영화도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면 코믹으로 포장했지만 분명 매우 폭력적이고 '저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엄청 끔찍했을 사건들이 여러 장면에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영화 <피터 래빗>의 폭력성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영화가 마지막에 던져주는 교훈, '사랑은 무한하기에 나눌수록 좋은 것 그리고 지구 상 모든 것은 모든 생명들이 공유하는 것, 결국 동물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간다면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깨우칠 수 있도록 결국 모든 연령층이, 가족이 함께 봤으면 하는 영화이다~


포터 작가님은 동물을 사랑하고 문학을 즐겼고 '벤저민'과 '피터'라는 이름의 토끼를 키웠다고 한다. '피터'를 데리고 여행하던 중 지인의 어린 아들이 아프단 말을 듣고 그 소년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동화가 바로 [피터 래빗 이야기]라고 한다. 처음엔 여러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지금까지 그 시리즈는 1억부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이다. 작년에는 책 시리즈를 한데 묶어 <The Tale of Peter Rabbit 피터 래빗 전집>이 나왔다. 


베아트릭스 포터 작가님의 이야기는 2006년 르네 젤위거와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미스 포터 Miss Potter>란 영화로 만들어졌다. 나도 봤는데 포터 작가님의 일대기를 당시 영국의 시대상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잘 표현한 영화였다는 기억이 난다!(이 영화도 강추-) 자연을 아꼈던 베아트릭스는 1930년대까지 자신의 인세로 레이크 디스트릭트 일대 토지를 사들여 개발되거나 훼손되는 것을 막았고 이후엔 전 재산을 내셔널 트러스트란 자연보호와 사적 보존을 위한 민간단체에 기증했다. 

마지막 장면에 나왔던 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