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비포 더 플러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Posted by Gloria Ming
2018. 4. 30. 23:30 비건 관련 영화

제작년에 친구가 하와이에 놀러갔다가 비욘드 미트(Beyond Meat)’라는 세계적으로 한창 핫한 식물성고기 회사의 비건 버거패티를 사다준 적이 있다. ‘비욘드 버거라는 제품이었는데 먹어보니 식감이 꽤 비슷한데 조미는 싱거운 수준- 그래서 더 고기 같은, 비건인인 나에겐 약간 징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하나 먹고 나서 며칠 있으니 왠지 생각나는 식감이 정말 남다른 식물성 고기였다. 벌써 빌 게이츠와 트위터 공동 설립자 등이 이 회사에 투자했었는데 최근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이 회사의 투자자로 합류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봤다. 채식에 관심이 많은 디카프리오는 이미 식물성 건강 스낵 생산 기업인 히피스(Hippeas)’ 등의 다양한 채식 식품 회사에 투자해왔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무래도 <비포 더 플러드>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는 20161031일 한국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됐던 환경다큐 <비포 더 플러드 Before the Flood>에는 당시 UN사무총장이었던 반기문 씨와 버락 오바마 미국 전대통령, 프란치스코 교황,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세계 정상급 리더와 저명한 과학자, 환경 운동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범세계적 차원의 노력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비포 더 플러드>는 아카데미 수상 경력의 피셔 스티븐스 감독과 환경 운동가이자 당시 UN평화대사로 활동했던 헐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뜻을 모아 제작한 환경 다큐멘터리다. 피셔 스티븐스 감독은 기후변화는 인류가 가장 중대한 문제, 대중들이 기후변화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또 이에 대처하기 위한 행동 역시 매우 시급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디카프리오는 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5대륙과 북극을 직접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로 인한 환경 피해를 절실히 체감하고 있는 지역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준다. 스티븐스 감독은 해양 보호에 대한 <미션 블루>로 디카프리오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약 3년 간 기후 변화의 여파를 목격한 디카프리오는 20164월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파리 기후 변화 협정 서명식에서 인류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연설에 나서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견을 밝혔다.

 

“I have seen cities like Beijing chocked by industrial pollution. Ancient Boreal forests in Canada that have been clear cut and rainforests in Indonesia that have been incinerated. In India, I met farmers whose crops have literally been washed away by historic flooding. In America, I have witnessed unprecedented droughts in California. and sea level rise flooding the streets of Miami. In Greenland and in the Arctic I was astonished to see that ancient glaciers are rapidly disappearing well ahead of scientific predictions.”

 

저는 베이징 같은 도시들이 산업공해로 숨막혀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깨끗하게 잘려 나간 캐나다의 고대 북방수림과 불태워진 인도네시아의 열대우림을 보았습니다.

인도에서는 농부들을 만났는데 작물이 역사에 기록될만한 홍수에 전부 쓸려나가 버렸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례적인 가뭄을 보았고 해수면 상승으로 마이애미 거리에 물이 차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린란드와 북극의 오래 빙하들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고 경악했지요. 과학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습니다.

 

“The fiery trial through which we pass will light us down, in honor or dishonor, to the last generation… We shall nobly save, or meanly lose, the last best hope of earth.” That is our charge now – you are the last best hope of Earth. We ask you to protect it. Or we – and all living things we cherish – are history.”

 

우리가 겪는 혹독한 시련이 우리를 비춰줄 것입니다. 명예롭게 혹은 불명예스럽게, 마지막 세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최후의 희망을 숭고하게 지켜내거나, 비열하게 잃게 것입니다. 이제 이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바로 지구의 마지막 희망입니다. 지구를 지켜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그리고 우리가 소중히 하는 모든 생명들이 역사로만 남게 것입니다.

 

디카프리오가 직접 목격했던 장면들을 그대로 다큐영화 <비포 플러드>에서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음을 확인했다. 왜냐하면 지구가 망가지고 있는 모든 원인이 우리 인간에게서 비롯됐으니까.

 

이렇듯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지구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국 전 부통력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위기를 극복하고자 특별히 제작했던 <불편한 진실 An Inconvenient Truth, 2006>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난 이후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그는 2007년 또다른 다큐 영화 <11번째 시간 the 11th Hour>의 제작과 각본작업에 참여하고 내레이션을 맡기도 한다.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1996>, <타이타닉1997>, <인셉션2011>, <위대한 게츠비2013>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도 그간 아카데미상 후보에만 머물렀던 디카프리오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2015>에서 드디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디카프리오는 이 날 수상소감에서도 기후변화를 다시 언급했다. 자신이 가장 빛나는 날, 자신에게 쏠린 세상의 주목을 곧바로 이목이 필요한 공공의 이슈로 돌려 사람들을 일깨웠다. 그는 자신이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이 멋진 순간에 자신의 행복을 만끽하며 자신을 위해 애써준 사람들에 대한 수고와 감사를 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지구상 많은 존재의 생존 나아가 후손들의 안위까지 걱정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루 빨리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가치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훌륭한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And lastly, I just wanna say this, making The Revenant was about man's relationship with the natural world, the world that we collectively felt in 2015 as the hottest year in recorded history. Our production needed to move to Southernmost tip of this planet just to find snow. Climate change is real, it is happening right now, it is the most urgent threat facing our entire species and we need to work collectively together and stop procrastinating. We need to support leaders around the world who do not speak for the big polluters, big corporations but who speak for all of humanity, for the indigenous people of the world, for the billions and billions of underprivileged people who will be most affected by this. For our children's children and for those people out there whose voice have been drowned out by the politics of greed. I thank you all for this amazing award tonight. Let us not take this planet for granted; I do not take tonight for granted.

 

<레버넌트> 인간과 자연 세계 간의 관계에 관한 영화입니다. 기록 가장 더운 해였던 2015년에 우리가 한마음으로 느꼈던 세계 말입니다. 고작 눈을 찾기 위해 저희 제작진은 지구의 남쪽 끝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지금 바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것은 생물종을 위협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위기이며 우리는 협력해야만 합니다. 이상 꾸물대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오염에 책임이 있는 자들과 거대 기업을 옹호하지 않는 세계의 리더들을 지지해야 합니다. 모든 인류를 위해, 세계의 원주민들을 위해, 기후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 받을 수십억의 힘없는 이들을 위하는 리더를 지지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탐욕의 정치로 인해 목소리가 묻혀버린 사람들을 위해서요. 오늘밤 이런 멋진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구가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오늘 밤을 당연히 여기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레버넌트> 영화와 같은 시기에 <비포 더 플러드> 환경 다큐는 만들어지고 있었다. 살인적인 스케쥴에서 간신히 쪼갠 시간을 환경 보호에 쓰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에 레오나르도가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구입해 화제가 적도 있었다.

지구 온난화는 한 개인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게 되는 경향이 있다. 레오나르도 역시 문제는 우리가 알면서도 그런다는 것이고, 그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레오나르도가 약 3년간 세계 곳곳에서 사라져가는 자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면서 몸소 체험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시청자 역시 영화를 통해 보면서 환경 문제가 상상 이상으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영화 속에서 기후 변화에 가장 책임이 적은 태평양의 섬들은 하나씩 사라져가면서 가장 먼저,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 하면 지구 전체의 온도가 뜨거워질 것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유럽은 엄청나게 추워지고 사막의 양은 늘어나며 가뭄은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는 이대로 가다간 인류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날씨가 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 심각한 미세먼지와 대기오염도 지구 온난화에서 영향을 받은 경향도 있다고. 한국만 해도 벌써 3년 전부터 봄,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 겨울은 길어졌으며 그 온도도 극대화되었다는 걸 실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기업들은 팜유로 막대한 돈을 벌기 위해 대량의 숲을 태워 엄청난 탄소를 만든다. 이 팜유는 다름아닌 우리가 마트나 편의점에서 손쉽게 사먹는 과자, 시리얼, 라면 뿐 아니라 패스트푸드에 쓰이는 식용유이다. 이 식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이 숲을 태우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이것들을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 이처럼 환경 보호의 첫걸음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식단소비에 있었다.

 

정부 등의 권위 기관에 호소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보다 쉬운 방법은 없을 겁니다. 식단을 바꾸세요. 당장 오늘 밤부터요. 난 과학자이고 그게 중요한 점이죠. 열대 우림의 파괴 원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소고기입니다. 소고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자원이죠. 미국 영토의 47%가 식량 생산에 쓰이는데 그중 제일 큰 부분이 소의 먹이를 재배하는 겁니다.(70% feed for cattle) 실제로 우리가 직접 섭취하는 과일, 채소, 견과류 등은 1%에 불과해요.”

<비포 더 플러드 >영화에 출연한 기돈 에셜 박사 환경물리학 연구 교수의 말이다. 현재는 농업이 기후 변화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지만 어릴 시절 소를 키워 도축장에 데려가며 자란 기억이 있다고 한다. 미국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12%가 소고기 때문이라고 한다. 230g 햄버거 패티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량을 비교하자면 60W전구를 200시간 켜 놓는 양(또는 실내형 에어컨을 24시간 켜놓은 것)과 맞먹는다.

하지만 식단 벼화로도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요.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요. , 감자, 밀과 비교해 보면 소를 키우는 데는 50배나 넓은 땅이 필요한 겁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에 소고기즉 축산업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명된 것은 다른 여타 환경 다큐와 마찬가지로 큰 시사점이다!

 

영화는 막대한 환경 파괴의 원인이 대부분 더 많은 돈을 벌려고 하는 기업들과 더 많은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정치인들에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탄소세를 제시한다. 이 탄소세는 탄소를 만들어냄으로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돈을 부과하는 정책인데 이것은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 이로써 고용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세금 이동에 불과하다고 한다. 허나 인기가 없는 정책이고 반대파들이 많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나 영화는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면 정치인들은 우리에게 선발되기 위해 따라올 것이라고 말하며 실제 이것이 실현된 나라인 덴마크와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 한 개인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그 개개인들이 모여 힘을 합치면 정치인들과 기업을 우리 뜻대로 올바른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포 더 플러드>투표로 귀결된다. 사실 이 영화는 당시 201611월에 있을 미국의 대선 투표를 두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후 안타깝게도 영화가 의도(?)했던 지도자는 뽑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미국과 미국인들의 자기 반성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 개개인이 힘을 합치면 안될 것이 없다며 지구 온난화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 지금 시점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훌륭한 배우의 외침에 동참해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