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이 다가올 즈음 우리집에 네 살 조카가 온다는 생각에 뭘 선물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지난 번에 내가 사 준 어린이 영양젤리를 조카가 잘 먹었다는 여동생(조카의 엄마)의 말에 아이허브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갔다. 지난 번에 사준 것보다 좀 더 나은 게 없을까 검색하다보니 <마이카인드 올거닉스mykind organics>란 브랜드에서 나온 어린이 멀티 비타민 젤리가 있었다. 원료에는 브랜드명대로 갖가지 유기농 인증 과일 추출물들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제품을 설명하는 페이지 중간에 다음과 같은 ‘친절한’ 멘트가 들어가 있더라.

"이 최고로 맛있는 비타민 거미(젤리)는 제 아들이 먹는 것들로, GMO가 아닌 유기농 진짜 과일과 채소로 만들어진 최초의 제품입니다 (진짜로 모든 병에 9 가지 건강한 유기농 과일을 넣었습니다!). 설탕, 동물성 젤라틴, 인공 염료 및 감미료 또는 화학 비타민를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제품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 거미(젤리)에서 발견되는 "나쁜 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여러분의 자녀가 필수 영양소를 얻게끔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좋아할 겁니다!"

맛있게 드세요! 사랑을 담아서 드립니다. 알리시아 실버스톤

"These super-yummy vitamin gummies are the first-ever to be made from the same type of real, organic, non GMO fruits and vegetables that my son eats (seriously, we put 9 whole, organic fruits in every bottle!). We made them without sugar, animal gelatin, artificial dyes and sweeteners or chemical vitamins. I am so proud of them and pleased to share them with you. Your kids are getting the essential nutrients they needs, without all of the other "bad stuff" usually found in kids gummies. Your kids will love them!"

Enjoy! Love, Alicia Silverstone

알리시아 실버스톤! 오래전에 봤던 영화가 생각났다. 클루리스Clueless(1995)_ 가볍지만 재미있고 나름 교훈도 있는 미국 하이틴 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고 큰 히트를 친 영화이다. 정말 아주 오래된 영화지만 전혀 촌스럽다거나 현대 감각에 뒤쳐지지 않는다. 2014년, 가수 이기 아질리아Iggy Azalea가 Fancy란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영화 클루리스의 콘셉트와 패션 등을 오마주할 정도로 지금 보아도 상당히 세련되고 영향력 있는 영화이다. 바로 이 영화를 통해 최강의 러블리함과 십대의 통통 튀는 매력을 자랑한 알리시아 실버스톤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제작자로서도 활동했지만 배우로서는 더 큰 빛을 보지는 못했다고 그녀의 프로필에 나온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현재 그녀가 시민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 그리고 내가 조카에게 사주려고 한 어린이 영양제를 만든 회사를 차린 사업가로 더욱 활발하게 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가 2009년 세상에 내놓은 책, <카인드 다이어트The Kind Diet>를 보면 알리시아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사랑해왔다고 한다. 길에서 도움이 필요한 강아지를 만나면 어김없이 도왔던 어머니의 영향덕분이었다. 그리고 여덟 살 때 비행기 안에서 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물론 아직 어렸던 알리시아는 고기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었지만 영화 클루리스 이후 유명해지면서 돕게 된 동물 보호 단체를 통해 채식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단단히 굳히게 된다.

가공식품을 제외하는 자연식으로 비건 채식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그녀는 더욱 섬세해졌다고 한다.

이런 그녀의 글을 보니, 영화 클루리스에서 알리시아가 연기했던 주인공 셰어가 겹쳐진다. 자신의 인기로 좋은 일이 하고 싶어진 셰어(알리시아 실버스톤)가 새로운 전학생 타이를 세련되게 바꿔주는 혼자만의 미션에 돌입하면서, 타이와 셰어는 친구가 된다. 셰어는 이것이 철이 든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타이와 싸우고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셰어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세상이 자기 중심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진정한 내면의 성숙과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진정한 사랑도 찾으며 성장하게 되는데 실제 알리시아 실버스톤은 음식을 매개로 영혼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그녀는 <카인드 다이어트>에서 Kind vursus Nasty라고 해서 자신을 잘 돌보는데 도움이 되며 지구와 동물에 이로운 친절한 음식과 그렇지 않은 심술궂은 음식의 본보기를 든다. 심술궂은 음식에는 육류(생선 포함)와 유제품, 설탕이 속하고 친절한 음식으로는 통곡물과 콩, 채소, 과일 등이 있다.

카인드 다이어트를 실천하기 위한 자신에게 적합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첫 번째 방법은 수영장에 발만 담가보는 ‘즐겨보기(Flirting)’이다. 두 번째 방법은 즐겨보기 방법에 좀 능숙해진 사람들과 책을 읽고 채식을 결심한 사람들을 위한 ‘비건 채식하기(Going Vegan)’, 세 번째 방법은 통곡물, 유기농 채소, 해조류를 중시하는 ‘슈퍼히어로 되기(Becoming a Superhero)’이다.

뒷부분에 몇가지 비건 채식 요리법들이 나오는 이 책은 비건 채식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읽기에 딱 좋은 제목에 부합하는 ‘친절한’ 책이다. 레시피 중에 깨소금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서 알리시아가 절구와 공이로 깨소금을 만드는 사진이 개인적으로 참 인상깊었다. 그리고 신장에 좋다며 동양의 단호박 팥죽 레시피를 소개하는 것도 참 신선했다. 일반적으로 비건 서양인들의 레시피 북에는 그들의 출신지 스타일의 레시피들만 보이는게 당연하니까 말이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 책은 도서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더 많은 이들이 제목 그대로 친절한 식단을 위한 이 책을 꼭 읽고 자신과 지구와 동물에 더 많이 친절해지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