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맛있는 채식, 행복한 레시피> by 한약사 이현주

Posted by Gloria Ming
2018. 4. 28. 22:35 비건 관련 도서


요리하는 한약사가 차려주는 건강한 채식밥상_

 

비건 채식을 한지 오래되었지만 초기의 시행착오를 통해 올바른 비건 식생활이 어떤 건지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영양학 공부도 하면서 제대로 챙겨 먹고 운동도 하며 건강을 챙기려고 하지만 여의치 못할 때가 반드시 있다. 그러다 보면 신체리듬이 깨지거나 감기 또는 몸살, 아니면 병원의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럼 채식에 대해 이해하시거나 본인이 비건 채식을 실천하시는 의사나 약사 분을 찾을 때가 있다. 그런 분들은 음식이 약이 되게 하고, 약이 음식이 되게 하라 히포크라테스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환자를 대할 때 그 사람의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쓰고 특별한 약처방 외에도 올바른 식단처방 또는 생활습관에 대한 조언을 주실 수 있을 테니까.

 

이렇게 본인이 직접 식물성 식단이 모든 치유의 지름길이란 사실을 깊이 깨닫고 스스로 실천하며 환자들을 돌보시는 의사나 약사분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맛있는 채식 행복한 레시피>를 쓴 이현주 한약사님이 그러하다. 현재는 한국 ‘Meet Free Monday’캠페인도 함께 진행하고 계신걸로 알고 있다. 2015년 어떤 계기로 이현주 한약사님과 연결이 되어 당시 막 출간한 <맛있는 채식 행복한 레시피>을 선물받을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바로 전에 채식을 하지 않지만 관심이 있는 지인에게 비건 채식을 소개하면서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내가 선물했던 책이었다.

 

책장을 펼쳤을 때 바로 들어오는 첫 소제목인 게으른 본성, 부지런한 즐거움이란 말이 어찌나 와닿던지. 한약사님처럼 채식하기 전에는 요리를 꼭 해야 하는 상황도 아니고 요리하는 걸 그닥 즐기는 편도 아닌 처지였다. 주로 부엌에는 차려진 음식만 먹으러 가던 내가 가족 중 유일하게 혼자 채식을 시작하면서 부엌은 나 스스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생존 영역이 되었다.

 

채식하기 전에는 고기를 워낙 좋아했고(고기는 그냥 구워서 먹든지 쌈에 척 올려 먹든지 둘 중 하나였던) 요리를 별로 해본 적 없는 나로선 처음엔 채식 한 끼로 김치와 구운 김 반찬에 밥 한그릇만 있어도 족했다. 하지만 그런 날 보면서 엄마나 할머니는 왜 채식은 한다고 해서는!’이라며 잔소리를 하시면서도 채식 밑반찬을 더 만들어주셨고 그걸 냉장고에서 넣어놓고 꺼내어 도시락을 싸가거나 식탁에서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럼에도

채식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내 몸의 밸런스가 잡히기 보다는 몸 상태가 계속 업다운의 리듬을 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채식도 중요하고 사람마다 타고난 신체 상태가 다르고(이 책에서 말하는 체질 같은) 처한 환경이 다르니 그에 따라 맞춤식의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생각과 정기적인 운동 또한 건강한 삶에 필요한 요소인 것은 당연하다.

 

이런저런 채식에 대한 경험치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로 실천하면서 몸은 당연히 좋아졌다. 이런 나의 체험으로 <맛있는 채식 행복한 레시피>란 책의 내용이 왜 좋은 지를 알고 그래서 아직 채식을 안 하는 주변인들에게 선물도 하게 된 것이다.

 

책을 보면, 채식 식단은 현미밥을 기본으로 채소와 과일, 해조유와 견과류로 구성되는데, 해조류와 견과류는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채소만 해도 엽채류, 경채류, 순채류, 근채류 등 아주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몸이 냉한 사람들이라면 근체류의 비율을 높여 다양한 요리를 변화 있게 시도해 볼 수 있다. 반면 열이 많거나 대사성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색깔이 풍부한 엽채류 비율을 올리는 게 좋다고 한다.

 

이렇듯 한약에 기초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기다른 체질별로 알맞은 채식식단에 대한 이론을 전달하며 동시에 곡물 및 채소, 과일, 약초 종류별 기본 지식과 식재료별 관리 및 보관, 궁합 등에 대한 정보와 식물성 기름의 활용, 다양한 양념 및 장 만드는 법, 손쉽게 요리해볼 수 있는 레시피들을 알려주고 있다.

 

한약사님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진행하시는 오감테라피란 강의의 주 주제인 <음식의 다섯 가지 맛> <음식의 다것 가지 색과 효능>에 대해서도 책에는 잘 설명되어 있다. 이 다섯 가지 맛과 색을 골고루 갖춘 식단이면 영양도 충분히 균형잡힌 채식 식단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사람마다 차이나는 부분들이 있으므로 책을 읽어보고 자신의 몸 상태에 필요하다고 혹은 맞다고 생각되는 맛이나 색의 음식을 더 챙겨먹는 것도 좋을 것이다.(병증이 있는 경우엔 우선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받아보고 전문 한약사님과 상담 후 추천받는 대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엔 알고 먹으면 보약 되는 음식 궁합이란 챕터에 나오는 이런 증상엔 이런 식품항목을 참고해 윗배가 뭔가 체한 것처럼 속이 쓰리고 답답한 느낌일 때 집에 있는 사과와 사과주스를 먹었더니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건강한 요리를 바로 해먹기도 좋고 오래 보관하기도 좋은 오색양념과 청 등을 만드는 방법은 바쁜 현대인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천연 양념을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장에서 뒤에 덧붙인 부연설명들과 계절에 따른 보양채식편 뒤에 부록처럼 나오는 봄에는 간을 보하고 여름에는 심장 열을 다스리며 가을에는 기관지를 보하라 하고 겨울에는 기혈 순환에 유의해야 한다는 계절별 건강관리법은 한약사님의 독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나있다.

 

3년 전부터 기후온난화로 엄청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이 계절에 일반적으로 많이들 보양식으로 생각하는 삼계탕 대신 이번 여름에는 이 책에 나온 여름철 보양식을 드셔보시면 어떨지. ‘더위로 지친 여름을 위한 보양채식, 들깨채소탕부터 한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가지 요리’, ‘더위로 잃은 입맛 찾아주는 황기맥문동죽’(특히나 여름철 땀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겐 황기가 특효라고)에서 맛있는 여름 보약 한방 음료까지 강추한다. 삼계탕을 많이 먹을수록 지구는 더 더워질 뿐이다.

 

채식을 오래하면서 난 생식을 선호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생활에서 생식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되도록이면 아침에는 채소와 과일을 갈아만든 스무디를 마시려고 그리고 다른 식사 때는 생채소들을 많이 올리려고 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채소를 익혀 먹으면 흡수율은 휠씬 높아진다. 생채소를 제대로 소화ㆍ흡수시킬 수 없다면 익혀 먹는 것이 오히려 이롭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화 기능이 약하고 몸이 냉한 체질이 채소를 생으로 먹는 일이 잦을 경우, 소화ㆍ흡수를 제대로 못하고 오히려 몸은 더 냉하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생채식을 하는 분들은 일정 기간 동안 몸 상태를 지켜보면서 섭생법을 선택하도록 하자.”

내가 만난 생식 전문가 분에 의하면 생식은 사실 몸을 냉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죽염과 생강, 마늘 같은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식품을 같이 먹고 운동을 필수적으로 챙겨줘야 한다고 했다.

 

여성들의 경우 하면 귀찮고 안하면 불안한생리 기간이 보다 편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이건 사실 많은 여성이 아는 상식이고 생리 전 주에는 간의 열을 식혀주고 뇌의 순환을 돕는 국화를 마시면 좋다고 한다. 생리 중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들어 있는 검은콩을 많이 먹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당귀차도 좋다고.

 

이외에도 호르몬 주사 대신 갱년기 증상을 다스리는 치유식단과 임신을 위한 몸 만들기,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위한 체형별 레시피 등 특별히 여성들을 위한 힐링 레시피에 대한 내용도 마지막에 담고 있다


이 책은 채식에 관심이 있거나 채식을 이제 막 시작한 사람에게는 첫단추부터 잘 끼워갈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가 될 것이며 이미 채식을 실천한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다 건강하고 지속적이며 흥미로운 채식을 위해 자신의 채식식단을 점검해볼 수 있는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또하나의 친절한 채식 가이드가 될 것 같다.

 

*이 책의 내용 중에 뱅쇼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 둘은 비건식에 해당되지 않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