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 by 이유미

Posted by Gloria Ming
2018. 7. 8. 21:11 비건 관련 도서

"어떠한 생명체라도 약한 것이건 강한 것이건, 큰 것이건 중간 것이건 제아무리 미미하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있는 것이나 가까이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나는 것이나,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 남을 속여서도 안 된다. 또 남을 멸시해서도 안 된다. 남을 괴롭히거나 고통을 주어서는 더욱 안 된다.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하나뿐인 자식을 보호하듯 살아 있는 모든 것에 한없는 자애를 베풀지어다."


<10대와 통하는 동물 권리 이야기(출판사:철수와 영희)> 책에서 작가 이유미는 초기 불교 경전 중에 자애경(慈愛經)에서 위 문구를 인용했다. 부처님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이라 궂이 언급하신 것은 이미 일체의 동물을 먹지 말라시며 채식이 하나의 규율이 되었던 불교의 근본적인 가르침인 '생명존중'에 대한 대상이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과 곤충, 물고기 등에까지 해당됨을 또다시 짚어주신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이 외에도 자이나교, 구약 성서의 대예언 <이사야서>의 한 구절,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 철학자 장자끄 루소, 의학박사이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알베르트 슈바이처, <동물의 권리>와 <동물 해방>을 쓴 피터 싱어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분명 선각자들은 동물은 인간만큼 존중받아 마땅하다했지만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현 시대의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이상을 실천하는 것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경지이기에 그런 노력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을 수행자라 부른다고 말한다. 

히틀러의 반유대주의와 백인의 흑인 차별, 인도의 카스트 제도, 그리고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여성차별 등으로 우리 인간은 과거 시대상 또는 지역상 여러 명목의 차별주의가 횡행되어왔다. 하지만 인간에게 내재한 도덕적 본능에 의해 자신과 다르거나 약하다고 하여 상대에게 무분별한 고통을 주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현재는 그런 차별을 매우 경멸하는 보편적 인식이 저변화되었다. 그럼에도 동물은 유대인이나 흑인, 여성과 달리 그들은 고통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인간의 자만으로 유독 동물에 대한 차별은 지금까지도 별의식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작가는 자신의 전문직업인 애니멀커뮤니케이터를 통해 알게 된 애완동물들의 생각을 이 책의 독자들에게 나눔으로써 결코 동물도 우리 인간처럼 똑같이 감정이 있고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우리와 다르지 않게 고통을 느끼는 동물 문제를 간과한다면 도덕과 윤리 의식을 갖춘 인간이 다른 종에 비해 우월하다는 주장을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호소한다. 

동물 보호법의 경우 우리나라는 독일과 캐나다, 일본, 프랑스, 스위스와 같은 나라들에 비해 한참 뒤인 1991년에야 제정 및 공포하였다고. 최근 10년 사이 반려동물로 견공을 많이 키우게 된 우리나라는 전통 음식 문화란 빌미로 개식용이 만연화되어 있어 여러가지로 동물 관련법 제정에 있어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집에서 키울 견공과 고양이를 상품으로 생산하는 강아지 공장이나 태어난 순간부터 인간이 먹을 고기로 분류되는 닭과 돼지, 소들, 초중고 교과 뿐 아니라 수의대 전공 실험대에 오르는 동물들, 제약 및 생명과학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은 사실 동물 보호법의 대상에도 제대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닭의 배터리 케이지와 돼지의 스톨 사육이 금지됐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유럽은 2013년 3월부터 화장품 동물 실험을 금지했고 다행히 크로아니아와 이스라엘, 인도도 화장품 동물실험을 금지한 상태이며 우리나라도 2017년 2월 4일부터 동물 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을 유통하거나 판매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개정안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중국으로 수출하려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동물 실험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고.

이에 작가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한다. 이미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발전을 이뤄 인간 세포와 조직을 이용한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의 연구를 활용한다면 동물 실험을 통해 발견하는 그 이상의 정보를 얻어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공 피부를 사용하거나 동물의 반응을 본뜬 컴퓨터 모델링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대체 실험법도 개발되고 있다고.

이외에도 작가는 동물원과 동물쇼, 동물 축제 등에 의해 불필요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동물들의 실태를 밝히고 덫과 밀렵에 의해 멸종위기에 처하거나 인간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도로로 인해 로드킬을 당하는 야생 동물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인간의 욕망으로 점철된 모피생산을 위해 희생되는 여러 동물들을 일일이 나열하고 그들이 당하는 고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조금 덜 갖고 조금 더 불편한 대신 소중한 생명을 살릴 길이 있다면 어느 선택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 돌아보게끔 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여겨져 결국 버림받게 된 유기동물과 팜유 농장 건설로 열대우림에서 삶의 터전을 잃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 오랑우탄과 다른 동식물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즉 인간의 욕심으로 인간 스스로가 파멸을 맞고 있다는 경고를 하는 것이다. 

결국 해답은 우리 스스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 지구 생태계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게까지 관심을 확장시키는 것- 그래서 이 책은 반드시 지금의 10대들에게 필독서로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초등5,6학년부터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또한 현실을 살아내느라 주변을 돌아보기 힘든 어른들에게 그들의 순수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앞으로 자신들이 살아갈 터전이기도 한 현재의 지구를 제발 잘 돌봐달라고 소리내어 말하고 그들을 일깨울 수 있도록 말이다. 

'부끄러운 착취의 역사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공존을 계획할 때입니다. 그랬을 때 우리는 동물을 지배하는 데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서 사랑을 배우며 '성장'할 것입니다'
-작가의 마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