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청춘 _봄타는 입맛에 제격인 채소들

Posted by Gloria Ming
2018. 4. 19. 20:14 TV 속 이야기랑 비건 엮기

엄마가 봄에 나는 부추는 대문 밖을 넘을 새가 없을 정도로 맛있는 거라며 오이와 함께 김치를 담궈주셨다. 그러고보니 보통 배추김치나 오이소박이를 만들 때 부추가 양념장으로 들어가긴 하는데도 고것들을 먹을 땐 오히려 내 입맛에 성가시다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부추가 메인 재료로 오이와 동등한 양으로 들어가 있는데 정말 맛있는 거다. 알아보니 부추가 가장 맛있을 때가 4,5월 딱 두 달이란다. 그런데 이 시기엔 부추 말고도 제철 산나물과 채소가 수두룩하고 부추는 마트에서 사시사철 만날 수 있으니 봄이라고 해서 꼭 찾아먹던 채소가 아니라서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나와 내 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엄마가 해주시던 요리도 아니었는데 분명히 이번에 TV에서 보시고 만들어주신 것일 게다. 비건 채식을 하는 나로서는 부추가 부침개에서만 주재료로 쓰이는 채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도 정말 맛있는 식재료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 기쁜 일이었다. 게다가 부추는 밑동을 남긴 채 칼로 잘라내면 계속 자라기 때문에 집에 화분이나 마당에 심어놓고 계속 먹을 수 있다. 다만 봄 시기가 지나 꽃이 필 시기가 되면 부추 이파리가 뻣뻣해진다고 한다.

<SBS 불타는 청춘 화면 캡쳐>

간만에 보게 된 이번 주 불타는 청춘에서 3주년 방송 기념으로 시청자들을 초대해 보글짜글 청춘의 밥상이란 감사 이벤트를 한다면서 프로그램에 나오는 멤버들이 손수 요리를 선보인다고. 3년동안 66명의 청춘들이 만든 210가지의 요리들 중 최종 결정된 메뉴로는 수타면짜장&탕수육, 그리고 삼색떡&전이란다. 전이라면 당연히 부침개만 생각했는데 표고버섯 전과 고추전을 만든다며 연수 배우님과 도균 뮤지션님이 요리를 했다.
표고버섯도 생표고이든 건표고이든 마트에서 사시사철 만나는 터라 표고버섯에 제철이 있는 줄 모랐는데 원래 표고버섯의 제철은 날이 따뜻하고 습기가 적당한 봄부터 가을까지이며, 그중에서도 봄에 가장 좋은 표고가 나온다고 한다. 표고버섯의 등급은 가장 고급인 백화고, 그 바로 바로 아래 등급인 흑화고, 보통 흔히 먹는 등급인 동고로 나눈다. 이것은 종자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품질에 따른 분류라고 한다. 여기서 백화고는 육질이 가장 단단하고 향이 좋다고. 그런데 백화고는 겨울이 지나고 맞은 봄날의 건조한 기후에서만 생산되며, 그나마 버섯 천 개 중 두세 개만이 백화고가 된다고 할 정도로 귀하단다. 생표고버섯은 4월부터 6월 정도까지 물량도 가장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품질도 좋다. 이러니 표고버섯의 계절은 확실히 봄이라 할 만하다. 이 표고는 식감이 고기와 비슷해 고기 대신 국에 넣어 멋거나 표고탕수 등을 해먹는다.
삼색떡은 국진 MC님과 수지 가수님이 만들기로 하고 백종원 님이 지도해 주었다. 그리고 중식요리는 문영 배우님의 제안으로 광규&성국 배우님 외 6명이 맡아 중화요리의 대가 유방녕 셰프님으로부터 비법을 전수받았다.
내가 알기론, 서울에서 다채로운 비건 채식 메뉴를 정식으로 두고 영업하는 중식집은 두 곳이 있다. 여의도역 5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만나는 여의도종합상가건물 5층에 위치한 신동양반점 2호선 합정역에서 걸어서 10분 내 거리에 있는 웨이바오이다. 앞에서 언급한 표고버섯으로 만든 비건 채식 깐풍과 탕수 요리를 두 곳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비건 채식 코스요리가 있어 몇 년 전 엄마의 환갑을 축하해드리기 위한 가족, 친척들과의 식사자리를 신동양반점에서 가진 적이 있다. 나 말고는 내 동생들도 그렇고 채식주의를 고수하시는 분들은 아니라서 이렇게 채식으로 코스요리를 처음 드셨는데 생각보다 요리가 다양하고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웨이바오는 가지요리가 특색있다. 그리고 인사동 비건 채식 전문식당인 오세계향에서는 살짝 퓨전에 가까운 짜장과 짬뽕, 탕수 세 가지의 중식요리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오세계향의 비건 짬뽕은 채식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갖가지 채소로 오래 끓인 채수가 들어간 진한 국물맛으로 큰 인기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중화요리점 태화원에서도 다양한 비건 채식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 생활권이 in 서울인 나는 정말 딱 한 번 가 본 적이 있다. 신동양반점만큼 채식메뉴를 제공한지 아주 오래된 곳으로 채식하는 사람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합정동 웨이바오 채식메뉴판>


, 중국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쓰는 식재료 중 하나인 양파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가 가장 맛있는 봄철 채소라고 한다. 물론 감자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저장성이 좋아 사시사철 시장에 넘쳐나는 작물 중 하나가 양파라서 나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실이다. 밭에서 갓 뽑아 올려 겉껍질이 주황빛으로 마르기 이전의 하얗고 물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싱싱한 양파가 바로 제철에 만나는 양파란다. 이것을 사다가 썰어서, 그냥 쌈장에 찍어 먹어도 전혀 맵지 않고 씹을 때마다 아작한 단물까지 솟아난다고 하니 햇양파는 채를 썰거나 동글하게 썰어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으면 아주 맛있겠다.

애호박도 봄부터 제철을 맞으니 지금 된장찌개나 칼국수 등에 넣어먹으면 제격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때쯤 재래시장과 오일장에 가장 많이 가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어린 상추와 산나물들은 입맛도 살리고 나른해진 몸에 비타민과 식이섬유 등을 공급하는 영양식이 될 수 있다. 특히나 이 시기의 오일장에서 비닐 하나 깔아 놓고 수북수북 쌓아 놓은 돌미나리, 취나물, 돌나물, 머위, 두릅, 냉이 혹은 배추와 상추 솎음들은 카트 끌면서 쇼핑하는 대형 매장에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는 보물이다. 돌나물과 돌미나리는 그냥 두어 번 씻은 후에 초고추장을 뿌려 먹거나 무쳐먹으면 되고 두릅은 살짝 뜨거운 물에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밥상이 호사스럽게 느껴진다. 취나물이나 머위, 냉이는 두릅처럼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하지만 먹는 방법은 양념간장과 참기름에 버무려 먹으면 딱이다.
내 또래의 친구 중에 딱히 운동을 열심히 하거나 특별한 건강관리를 하는 게 아닌데도 꽤 체력이 좋은 친구가 하나 있다. 자기 어머니께서 제철 식재료만큼 보약이 되는 게 없다시며 어린 시절부터 꼬박꼬박 그런 음식을 차려 주셨다고 했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다채롭게 실컷 먹을 수 있는 농경의 발달로 우리 인간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닐 하우스에서 자연스레 햇볕과 바람과 비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채소들은 상대적으로 병약할 수 밖에 없으니 제철 작물이 아닌 경우에는 더 많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시기에 맞춰 땅과 물과 자원을 넘치지 않게 사용하면서 지속가능한 농사를 짓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나온 제철 작물은 그 작물에 어울리는 단맛 또는 짠맛, 쓴맛, 신맛, 매운맛, 떫은 맛과 함께 자연의 기운을 제대로 품어서 우리에게 탁월한 맛과 영양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다음주 불타는 청춘 멤버님들의 요리 활약이 궁금해진다.